“스토킹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확대되어야 하며,

처벌 수위도 달라져야 한다.”


2018년 미투운동은 한국 사회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역사적 기점입니다. 그 후 중대한 순간마다 여성의 외침은 광장에 울려왔고, 우리는 2020 총선이라는 여성 역사의 변곡점 앞에 서 있습니다. 여성의 삶이 바뀌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합니다. 정치란 내 안위를 스스로 지키지 않아도 국가가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을 주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도 여성들은 여성 혐오로 얼룩진 살해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킹처벌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현행의 스토킹 처벌법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수준에서 처벌이 이루어집니다. 스토킹을 인식하는 사회의 통념도 치기어린 장난 정도에 불과하며 경찰 또한 마찬가지로 사건의 위중함을 모릅니다. 오죽하면 스토킹 피해를 받으면 신고보다 이사가 답이란 말이 나오겠습니까? 왜 여성들은 피해를 받았는데도 본인이 이사를 가야합니까?


이처럼 스토킹은 우리 사회가 성차별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토킹에 대한 정의를 포괄적으로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합니다. 성인지적인 관점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명확히 처벌 또한 집행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복수가 아닙니다. 스토킹이 얼마나 여성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인지 사회적으로 알리는 신호입니다. 스토킹 피해를 여성 탓으로 돌려 무마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스토킹은 절대 여성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야무지게 바꾸겠습니다.

정의당을 후원해주세요.

저는 제 자신이 20대 여성으로서 정의당에서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최대한 갖기 위해서, 그리고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성본부장으로서 보다 책임감 있게 이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의당에 대한 후원을, 단순히 응원이 아닌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조혜민

" '좋아요' 밀어주기! "

스토킹처벌법 강화가 필요한 이유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따라다니거나 감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 사회는 스토킹에 대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스토킹은 여성의 입장에서 살인의 공포에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토킹 처벌법이 없어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웠습니다.


2013년 경범죄처벌법에 '지속적 괴롭힘' 조항을 신설했지만 이는 경범죄에 준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 실효성이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 문제는 경범죄로 처벌하더라도 신고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 당사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보복의 위험 또한 노출되어 있기에 이마저도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어 페미사이드(여성살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여성이 스토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회의 초석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법률 제정을 통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여성 1인 가구는 291만4천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 중 49.3%를 차지합니다. 이는 2018년 대비 7만1천 가구(2.5%), 2000년 대비 161만 가구(128.7%)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편 2017년 주요 범죄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2만9272명으로, 남성 피해자보다 16배 많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9년 5월에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최근 1인 여성가구 대상 범죄 사건들이 증가하면서 그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1인 여성가구 중에는 세입자 스스로 잠금장치를 교체하거나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사한 사건이 증가하자 범죄예방을 위해 건축 고시 개정안이 발휘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살인미수 사건의 경우를 조사한 결과 피해자들이 살인의 표적이 되기에 앞서 높은 비율로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스토킹은 단순한 구애행위가 아니라 살인·살인미수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스토킹 단계에서 가해자를 처벌했다면 스토킹이 살인 시도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는 스토킹을 처벌할 별도의 법률이 없습니다. 따라서 스토킹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나 주거침입 같은 구체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스토킹행위는 경범죄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경범죄 처벌법」에서 스토킹(지속적 괴롭힘)은 광고물 무단부착, 쓰레기 등 투기, 노상방뇨, 음주소란, 장난전화처럼 너무나도 가벼운 범죄들과 나란히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법을 통해서 스토킹범죄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과료 또는 구류가 전부입니다.


이에 스토킹범죄를 별개의 안건으로 다룸으로써 스토킹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처벌을 강화하고자 여러 건의 스토킹 관련 처벌법이 발의되었지만 그중 단 한 건도 법제화되지 못했습니다. 관련 법안이 최초로 발의된 것이 1999년 15대 국회 때였으니 20년이 넘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책 제안


가. 특정인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 사생활 영역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접근하여 지속적ㆍ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나. 스토킹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당사자나 그 가족이 생명,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느낄만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다. 스토킹의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장소 및 그 인근지역 등에서 신고사실을 신속하게 조사하도록 합니다.


라. 사법경찰관리는 조사 결과 필요한 경우 즉시 스토킹행위자에게 스토킹을 중단할 것과 이를 계속할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통보하고, 피해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피해자를 피해자지원시설로 인도하도록 합니다.


마. 검사 또는 경찰서장은 스토킹을 신고한 사람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검찰청이나 경찰서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신변안전조치를 하게 합니다.


바. 판사는 스토킹 사건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 판사는 심리의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스토킹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등의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 스토킹 신고 시 대응 매뉴얼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합니다.


자.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ㆍ지원과 효과적인 피해방지를 위하여 스토킹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해외 사례


미국


미국의 「연방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을 살인, 상해, 괴롭힘, 위협의 의도를 가지거나 그러한 의도 하에 상대방을 감시 하에 두는 일련의 행위로 정의합니다. 만약 스토킹이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에게 사망·중상해에 대한 합리적 두려움을 느끼게 한 경우 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가했거나, 가하려 했거나, 가할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의 처벌을 병과합니다. 나아가 스토킹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피해자의 신체에 장애를 발생시키거나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20년 이하의 징역,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발생시키거나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등 보호처분을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그 행위가 메일, 컴퓨터 또는 전기통신서비스 및 전기통신시스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처벌합니다.


독일


독일은 「형법」 제238조에서 스토킹을 타인의 생활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으로 권한 없이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스토킹 행위의 처벌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이며 다음과 같이 그 행위를 명문화해두었습니다. 타인의 주변에 공간적으로 접근하는 행위. 전기통신 또는 그 밖의 통신수단을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하여 타인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타인의 개인정보를 남용하여 그를 위하여 물건을 주문하거나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이러한 접촉을 제3자를 통해 하는 행위. 타인 또는 그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의 생명·신체 안전·건강 또는 자유를 침해하며 위협하는 행위. 기타 이에 상응할만한 행위. 만약 스토킹 행위가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에게 중대한 상해 등을 야기한 경우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합니다.


일본


일본은 「스토커규제법」에서 스토킹을 반복된 따라다니기 등으로 정의하고 그 유형을 다음과 같이 명문화해두었습니다.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진로방해, 주거·근무지·학교·그 밖의 일반적으로 소재하는 장소(이하, 주거 등)에 침입하거나 부근에서 지켜보는 것,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할 만한 사항을 알리거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만남·교제·그 밖의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 현저히 거칠거나 난폭한 언동을 하는 것,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속하여 전화를 걸거나 팩스·전자메일을 송신하거나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오물·동물의 사체·그 밖의 현저히 불쾌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물건을 송부하거나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명예를 훼손하는 사항을 알리거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항을 알리거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서·도화·그 밖의 물건을 송부하거나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주거 등의 부근을 함부로 배회하는 것, 거부되었음에도 연속하여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메시지송신 등을 하는 것, 블로그·소셜 미디어 등의 개인페이지에 글을 게재하는 것. 위와 같은 스토킹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조혜민 인터뷰 전문보기


조혜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당에서 여성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혜민이라고 합니다. 5기 심상정 대표 체제가 된 다음 인선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강간죄 개정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것이 왜 필요하고 어떤 내용으로 개정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조혜민 성폭력인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이, 지금 형법상으로는 폭행 또는 협박 여부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을 경우에는 피해자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됩니다. 이처럼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내버려둔 상태로,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가가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동의여부로 바꾸자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실제 피해자라면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피했어야 하는데’ 혹은 ‘피해사실 이후에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라는 것으로 판단해버림으로써 당사자가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겪었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가십거리만 생산되고 2차 피해상황에 노출되곤 했던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제는 변화해야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스토킹은 형벌이 1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인 상황입니다. '스토킹처벌법' 관련해서 정의당 여성본부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스토킹처벌법'이 왜 필요하고, 왜 만들려고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조혜민 스토킹처벌법의 필요성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크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겁니다. 실제 스토킹 피해를 겪었던 어떤 여성분이 경찰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그 피해자 분에게 “당신이 겪은 피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고, 이건 이사 가는 것이 빠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고를 하더라도 성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어떤 위협을 겪었는지 끊임없이 경찰한테 설명을 해야 되고, 그것이 피해자에겐 또 다른 폭력이 됩니다. 서울 신림 지역에서도 일인 여성가구들을 대상으로 범죄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이것이 최근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가 '미투 운동'을 만났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드디어 사회문제로 올라왔다고 봅니다. 국민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지 않아도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비춰 봤을 때 스토킹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 후의 수사 과정에서부터 성인지적 관점으로 수사해야 여성들이 피해에 직면했을 때 바로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을 때 가능한 처벌이 현행법상으로는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형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토킹범죄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다시 한 번 확인이 되어야 하고 처벌 수위가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면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조혜민 저는 처벌이라는 것이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 이 사회가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형 정도로는 여성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저는 기존 형량과는 완전히 다르게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제 중에서도 특히 2·30대 청년여성들의 목소리가 가장 담기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 여성, 2030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가요? 당사자이기도 한데.


조혜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심상정 대표가 20대 여성을 안았을 때, 그분도 울고 그 모습을 보는 저희도 울었던 것이 생각이 되게 많이 났습니다. 안타깝습니다. 20대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최근에 구하라 씨의 선택 이후에 홍대 광장에서 여러 여성단체들이 광장을 마련해서 추모공연을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도 거기 갔었습니다. 그때 '미미시스터즈'라는 뮤지션이 와서 '우리 자연사하자'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 뮤지션들이 해주셨던 얘기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건강하게 자연사하는 삶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얘기했는데, 굉장히 울컥했어요. 거기에 참여하신 분들 대다수가 2·30대 여성이었는데 다들 너무 힘들고 슬퍼 보였습니다. 삶을 버텨내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서요.


설리 씨와 구하라 씨가 사망하셨을 때, 물론 그분들이 왜 돌아가셨는지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30대 여성들이 굉장히 마음 아파했고 많이 우울해 했고 힘들어했습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조혜민 2·30대 여성들이 그 죽음 앞에서 울고 힘들어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 나의 일상과 어떤 부분에서 굉장히 닮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가해졌었던 사회적 시선이라든지 사람들의 평가가 자신이 일터에서 혹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겪었던 것과 굉장히 닮아 있었기 때문에 많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2·30대 여성 중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확실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예전에는 많이 몰랐다면,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이후에는 이제 욕을 하더라도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조혜민 최근 몇 년간의 '미투 운동'을 겪으면서, 그리고 여성운동을 하면서, 그간의 경험을 다시 돌아보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2·30대 여성들이 자기가 경험한 과거의 일상, 자신이 용기내지 못했던, 자신이 피해를 겪었던 일상에 대해 복기하고 위로받는 순간들을 각자 맞이하고 있겠구나. 그리고 그게 분명히 힘으로 남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도 '미투 운동' 이후에 과거를 복기해보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만약 '미투 운동'이 없었으면 제가 그 당시의 저를 복기할 수 있었을까 자문했을 때,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철저히 망했던 때, 못했던 때라는 기억으로 남아있었을 겁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게 된 때, 혹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언제였나요?


조혜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첫 째시고 우리 집이 큰집이다 보니 제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집안이었습니다. 명절 때만 되면 정확하게 성별 분업이 보이는 겁니다. 소위 남자들이 찾아가는 역할과 여자들이 찾아가는 역할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을 때 너무 싫었습니다. 일을 하는 제 모습을 보면 제 위치를 정확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중·고등학생이 된 뒤 여자 조카들이 태어났을 때 되게 불안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마주했던 것들을 이 아이들은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제가 바꿔낼 수 없다는 것에 자책도 많이 했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께도 화가 났고 오빠에게도 화를 많이 냈습니다. 오빠에겐 지금도 계속 얘기합니다. “오빠가 지금 내버려둔 이 제사 문화가 오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질 거”라고, “오빠가 책임감을 가지고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그런 얘기를 오빠에게도, 아버지께도 많이 했습니다. “조상을 귀하게 여기시면 전도 부칠 줄 아셔야하지 않냐”고. 저는 제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가족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모두 함께 마음 다해 보낼 시간을 마련해야 되지 않습니까? 이제 아버지랑 오빠가 저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됐어요. 네. 제 덕입니다. 제가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웃음)


다시 정책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 정의당 여성정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나요?


조혜민 여성청소년 무상생리대 관련 사항입니다. 정의당의 지방의원들이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힘쓰고 있고, 대표적으로 서울시 상임위에서 통과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조례가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여성본부장으로서 이 조례를 어떻게 하면 정의당의 대표 정책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헌재에서 낙태죄에 대한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과 패키지로 여성의 건강권, 기본권, 교육권 측면에서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태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피임할 권리가 제대로 있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조차도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 권리를 엄청나게 많이 박탈당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위원장들과 무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청소년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해 탐색하고 고민하고 선택할 권리가 교육을 통해 제대로 보장되게끔 고민해보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 각 지역에서 정의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말씀하신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입니다. 이것이 여성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조혜민 정책의 힘은 ‘다른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나한테 주어질 수 있구나’, ‘내가 지원받을 수 있구나’, ‘이게 나를 지켜줄 수 있구나’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정책의 힘입니다. 단순히 생리대가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달마다 겪는 일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요구해도 된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인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가능성의 측면에서 이런 조례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논의가 시작되리라 생각합니다. 성차별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더라도 언어를 갖지 못했을 땐 여성들이 자책의 감정만 갖게 됩니다. ‘내 탓인가 봐. 내 부족함인가봐’. 저는 그런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정치가 기능하는 방식은 그들에게 필요한 언어를 찾아주고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능성을 주는 것, 그런 측면에서 정의당이 엄청나게 앞장서고 있습니다.


2·30대 여성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살면서 느끼는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혜민 “나”인 것 같습니다. 자기 삶의 중심을 “나”로 만드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2·30대 여성들은 태어나서 사람들과 부딪혀 살아가면서 “나”를 계속 잃어왔기 때문에, '미투 운동' 이후에 “나”를 되찾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이라는 거창한 말이 있으려면 적어도 내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나” 인 것 같습니다.


조혜민 본부장님이 정의당을 통해서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조혜민 내 탓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세상입니다. 최근에 어머니, 아버지께서 “좀 넉넉했으면 혜민이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보면서 자랐을 텐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충분히 많이 보고 누리고 자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어머니, 아버지께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시는 것을 보며, 정말 이 사회가 개인들이 자신을 탓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그렇게 내버려졌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끊임없이 극복하고, 해결하고, 책임져야한다고 사회화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랬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부당한 상황에 처해도 그것이 부당한지 모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억울한 일입니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자신을 탓하지 않도록 당신이 아니라 저것이 문제라고 같이 손가락질하고 말해주는 정당으로, 정의당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의당의 여성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여성들에게 특히 2·30대 여성들에게, 이번 총선을 맞이해 꼭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조혜민 적어도 여성이 본인 탓 하게 내버려두진 않겠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왜 필요한가는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만, 스토킹처벌법이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법이 제정돼도 무엇을 스토킹으로 볼 것인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조혜민 이 정책을 세우려는 이유는 “이건 스토킹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신림동 사건'을 보면서 되게 무서웠던 것이, 가해자가 집까지 따라왔지 않습니까? 따라오고 나서 피해자가 집에 들어간 후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까지 누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장 그 여성이 맞지는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알잖습니까? 그 장면만 봐도. 그 여성이 느꼈을 감정을. 얼마나 그 여성이 살 떨리게 그 감정을 느꼈을지. 그리고 저는 신고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고하면 보복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면서도 신고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도 이런 것들이 제대로 처벌도 안 되는 것을 보면서 “이걸 운에 맡겨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제가 고시원에 살았었는데, 제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제가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끗 차이로 제가 피해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제가 아는 여자선배의 고시원에 남자 총무가 있었는데, 그 여자선배가 자신의 방문을 열었더니 거기에 곽 티슈가 있었던 겁니다. 이 남성이 자신의 관심을, 호감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자기 생각에는 로맨틱한 표현의 행위로 거기에다 놓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무섭습니까? 고시원에는 마스터키가 있어서 이런 일을 막기가 되게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사람을 신고도 못하고 제대로 처벌도 못합니다. 이럴 때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일은 명확히 처벌해야합니다. 이런 행위들이 분명히 스토킹에 포함된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알려주고 그런 일을 자행하는 사람들을 처벌해야합니다. 보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이런 행위는 신고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마련되어 있어야합니다.


여성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신고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조혜민 너무나도 비참한 말이지만 문제제기의 결과가 결코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미투 운동'을 하면서 무서웠던 건 미투 이후의 삶이 더 힘든데 이에 대해 한국사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문제제기 이후의 삶이 문제제기 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많은 여성들이 죽음을 결정하는 것도 이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신고 이후에 피해생존자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아닐까?’ 사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율만 높아지면 안타까운 결과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책임하게 내가 누군가를 떠밀지는 않았나? 용기 내라고, 말하라고’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최근에 두 분의 일을 겪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듭니다.

“스토킹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확대되어야 하며,

처벌 수위도 달라져야 한다.”

2018년 미투운동은 한국 사회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역사적 기점입니다. 그 후 중대한 순간마다 여성의 외침은 광장에 울려왔고, 우리는 2020 총선이라는 여성 역사의 변곡점 앞에 서 있습니다. 여성의 삶이 바뀌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합니다. 정치란 내 안위를 스스로 지키지 않아도 국가가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을 주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도 여성들은 여성 혐오로 얼룩진 살해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킹처벌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현행의 스토킹 처벌법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수준에서 처벌이 이루어집니다. 스토킹을 인식하는 사회의 통념도 치기어린 장난 정도에 불과하며 경찰 또한 마찬가지로 사건의 위중함을 모릅니다. 오죽하면 스토킹 피해를 받으면 신고보다 이사가 답이란 말이 나오겠습니까? 왜 여성들은 피해를 받았는데도 본인이 이사를 가야합니까?


이처럼 스토킹은 우리 사회가 성차별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토킹에 대한 정의를 포괄적으로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합니다. 성인지적인 관점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명확히 처벌 또한 집행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복수가 아닙니다. 스토킹이 얼마나 여성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인지 사회적으로 알리는 신호입니다. 스토킹 피해를 여성 탓으로 돌려 무마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스토킹은 절대 여성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야무지게 바꾸겠습니다. 정의당을 후원해주세요.

저는 제 자신이 20대 여성으로서 정의당에서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최대한 갖기 위해서, 그리고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성본부장으로서 보다 책임감 있게 이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의당에 대한 후원을, 단순히 응원이 아닌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조혜민

" '좋아요'로 밀어주기! "



스토킹처벌법 강화가 필요한 이유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따라다니거나 감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 사회는 스토킹에 대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스토킹은 여성의 입장에서 살인의 공포에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토킹 처벌법이 없어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웠습니다. 2013년 경범죄처벌법에 '지속적 괴롭힘' 조항을 신설했지만 이는 경범죄에 준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 실효성이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 문제는 경범죄로 처벌하더라도 신고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 당사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보복의 위험 또한 노출되어 있기에 이마저도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어 페미사이드(여성살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여성이 스토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회의 초석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법률 제정을 통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여성 1인 가구는 291만4천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 중 49.3%를 차지합니다. 이는 2018년 대비 7만1천 가구(2.5%), 2000년 대비 161만 가구(128.7%)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편 2017년 주요 범죄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2만9272명으로, 남성 피해자보다 16배 많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9년 5월에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최근 1인 여성가구 대상 범죄 사건들이 증가하면서 그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1인 여성가구 중에는 세입자 스스로 잠금장치를 교체하거나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사한 사건이 증가하자 범죄예방을 위해 건축 고시 개정안이 발휘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살인미수 사건의 경우를 조사한 결과 피해자들이 살인의 표적이 되기에 앞서 높은 비율로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스토킹은 단순한 구애행위가 아니라 살인·살인미수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스토킹 단계에서 가해자를 처벌했다면 스토킹이 살인 시도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는 스토킹을 처벌할 별도의 법률이 없습니다. 따라서 스토킹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나 주거침입 같은 구체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스토킹행위는 경범죄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경범죄 처벌법」에서 스토킹(지속적 괴롭힘)은 광고물 무단부착, 쓰레기 등 투기, 노상방뇨, 음주소란, 장난전화처럼 너무나도 가벼운 범죄들과 나란히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법을 통해서 스토킹범죄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과료 또는 구류가 전부입니다.


이에 스토킹범죄를 별개의 안건으로 다룸으로써 스토킹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처벌을 강화하고자 여러 건의 스토킹 관련 처벌법이 발의되었지만 그중 단 한 건도 법제화되지 못했습니다. 관련 법안이 최초로 발의된 것이 1999년 15대 국회 때였으니 20년이 넘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책 제안


가. 특정인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 사생활 영역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접근하여 지속적ㆍ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나. 스토킹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당사자나 그 가족이 생명,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느낄만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다. 스토킹의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장소 및 그 인근지역 등에서 신고사실을 신속하게 조사하도록 합니다.


라. 사법경찰관리는 조사 결과 필요한 경우 즉시 스토킹행위자에게 스토킹을 중단할 것과 이를 계속할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통보하고, 피해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피해자를 피해자지원시설로 인도하도록 합니다.


마. 검사 또는 경찰서장은 스토킹을 신고한 사람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검찰청이나 경찰서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신변안전조치를 하게 합니다.


바. 판사는 스토킹 사건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 판사는 심리의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스토킹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등의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 스토킹 신고 시 대응 매뉴얼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합니다.


자.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ㆍ지원과 효과적인 피해방지를 위하여 스토킹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해외 사례


미국


미국의 「연방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을 살인, 상해, 괴롭힘, 위협의 의도를 가지거나 그러한 의도 하에 상대방을 감시 하에 두는 일련의 행위로 정의합니다. 만약 스토킹이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에게 사망·중상해에 대한 합리적 두려움을 느끼게 한 경우 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가했거나, 가하려 했거나, 가할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의 처벌을 병과합니다. 나아가 스토킹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피해자의 신체에 장애를 발생시키거나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20년 이하의 징역,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발생시키거나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등 보호처분을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그 행위가 메일, 컴퓨터 또는 전기통신서비스 및 전기통신시스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처벌합니다.


독일


독일은 「형법」 제238조에서 스토킹을 타인의 생활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으로 권한 없이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스토킹 행위의 처벌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이며 다음과 같이 그 행위를 명문화해두었습니다. 타인의 주변에 공간적으로 접근하는 행위. 전기통신 또는 그 밖의 통신수단을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하여 타인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타인의 개인정보를 남용하여 그를 위하여 물건을 주문하거나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이러한 접촉을 제3자를 통해 하는 행위. 타인 또는 그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의 생명·신체 안전·건강 또는 자유를 침해하며 위협하는 행위. 기타 이에 상응할만한 행위. 만약 스토킹 행위가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에게 중대한 상해 등을 야기한 경우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합니다.


일본


일본은 「스토커규제법」에서 스토킹을 반복된 따라다니기 등으로 정의하고 그 유형을 다음과 같이 명문화해두었습니다.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진로방해, 주거·근무지·학교·그 밖의 일반적으로 소재하는 장소(이하, 주거 등)에 침입하거나 부근에서 지켜보는 것,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할 만한 사항을 알리거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만남·교제·그 밖의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 현저히 거칠거나 난폭한 언동을 하는 것,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속하여 전화를 걸거나 팩스·전자메일을 송신하거나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오물·동물의 사체·그 밖의 현저히 불쾌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물건을 송부하거나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명예를 훼손하는 사항을 알리거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항을 알리거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서·도화·그 밖의 물건을 송부하거나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 주거 등의 부근을 함부로 배회하는 것, 거부되었음에도 연속하여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메시지송신 등을 하는 것, 블로그·소셜 미디어 등의 개인페이지에 글을 게재하는 것. 위와 같은 스토킹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조혜민 인터뷰 전문보기



조혜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당에서 여성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혜민이라고 합니다. 5기 심상정 대표 체제가 된 다음 인선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강간죄 개정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것이 왜 필요하고 어떤 내용으로 개정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조혜민 성폭력인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이, 지금 형법상으로는 폭행 또는 협박 여부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을 경우에는 피해자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됩니다. 이처럼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내버려둔 상태로,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가가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동의여부로 바꾸자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실제 피해자라면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피했어야 하는데’ 혹은 ‘피해사실 이후에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라는 것으로 판단해버림으로써 당사자가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겪었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가십거리만 생산되고 2차 피해상황에 노출되곤 했던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제는 변화해야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스토킹은 형벌이 10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인 상황입니다. '스토킹처벌법' 관련해서 정의당 여성본부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스토킹처벌법'이 왜 필요하고, 왜 만들려고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조혜민 스토킹처벌법의 필요성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크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겁니다. 실제 스토킹 피해를 겪었던 어떤 여성분이 경찰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그 피해자 분에게 “당신이 겪은 피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고, 이건 이사 가는 것이 빠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고를 하더라도 성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어떤 위협을 겪었는지 끊임없이 경찰한테 설명을 해야 되고, 그것이 피해자에겐 또 다른 폭력이 됩니다. 서울 신림 지역에서도 일인 여성가구들을 대상으로 범죄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이것이 최근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가 '미투 운동'을 만났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드디어 사회문제로 올라왔다고 봅니다. 국민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지 않아도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비춰 봤을 때 스토킹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 후의 수사 과정에서부터 성인지적 관점으로 수사해야 여성들이 피해에 직면했을 때 바로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을 때 가능한 처벌이 현행법상으로는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형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토킹범죄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다시 한 번 확인이 되어야 하고 처벌 수위가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면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조혜민 저는 처벌이라는 것이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 이 사회가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형 정도로는 여성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저는 기존 형량과는 완전히 다르게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제 중에서도 특히 2·30대 청년여성들의 목소리가 가장 담기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 여성, 2030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가요? 당사자이기도 한데.


조혜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심상정 대표가 20대 여성을 안았을 때, 그분도 울고 그 모습을 보는 저희도 울었던 것이 생각이 되게 많이 났습니다. 안타깝습니다. 20대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최근에 구하라 씨의 선택 이후에 홍대 광장에서 여러 여성단체들이 광장을 마련해서 추모공연을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도 거기 갔었습니다. 그때 '미미시스터즈'라는 뮤지션이 와서 '우리 자연사하자'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 뮤지션들이 해주셨던 얘기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건강하게 자연사하는 삶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얘기했는데, 굉장히 울컥했어요. 거기에 참여하신 분들 대다수가 2·30대 여성이었는데 다들 너무 힘들고 슬퍼 보였습니다. 삶을 버텨내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서요.


설리 씨와 구하라 씨가 사망하셨을 때, 물론 그분들이 왜 돌아가셨는지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30대 여성들이 굉장히 마음 아파했고 많이 우울해 했고 힘들어했습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조혜민 2·30대 여성들이 그 죽음 앞에서 울고 힘들어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 나의 일상과 어떤 부분에서 굉장히 닮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가해졌었던 사회적 시선이라든지 사람들의 평가가 자신이 일터에서 혹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겪었던 것과 굉장히 닮아 있었기 때문에 많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2·30대 여성 중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확실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예전에는 많이 몰랐다면,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이후에는 이제 욕을 하더라도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조혜민 최근 몇 년간의 '미투 운동'을 겪으면서, 그리고 여성운동을 하면서, 그간의 경험을 다시 돌아보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2·30대 여성들이 자기가 경험한 과거의 일상, 자신이 용기내지 못했던, 자신이 피해를 겪었던 일상에 대해 복기하고 위로받는 순간들을 각자 맞이하고 있겠구나. 그리고 그게 분명히 힘으로 남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도 '미투 운동' 이후에 과거를 복기해보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만약 '미투 운동'이 없었으면 제가 그 당시의 저를 복기할 수 있었을까 자문했을 때,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철저히 망했던 때, 못했던 때라는 기억으로 남아있었을 겁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게 된 때, 혹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언제였나요?


조혜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첫 째시고 우리 집이 큰집이다 보니 제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집안이었습니다. 명절 때만 되면 정확하게 성별 분업이 보이는 겁니다. 소위 남자들이 찾아가는 역할과 여자들이 찾아가는 역할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을 때 너무 싫었습니다. 일을 하는 제 모습을 보면 제 위치를 정확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중·고등학생이 된 뒤 여자 조카들이 태어났을 때 되게 불안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마주했던 것들을 이 아이들은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제가 바꿔낼 수 없다는 것에 자책도 많이 했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께도 화가 났고 오빠에게도 화를 많이 냈습니다. 오빠에겐 지금도 계속 얘기합니다. “오빠가 지금 내버려둔 이 제사 문화가 오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질 거”라고, “오빠가 책임감을 가지고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그런 얘기를 오빠에게도, 아버지께도 많이 했습니다. “조상을 귀하게 여기시면 전도 부칠 줄 아셔야하지 않냐”고. 저는 제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가족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모두 함께 마음 다해 보낼 시간을 마련해야 되지 않습니까? 이제 아버지랑 오빠가 저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됐어요. 네. 제 덕입니다. 제가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웃음)


다시 정책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 정의당 여성정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나요?


조혜민 여성청소년 무상생리대 관련 사항입니다. 정의당의 지방의원들이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힘쓰고 있고, 대표적으로 서울시 상임위에서 통과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조례가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여성본부장으로서 이 조례를 어떻게 하면 정의당의 대표 정책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헌재에서 낙태죄에 대한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과 패키지로 여성의 건강권, 기본권, 교육권 측면에서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태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피임할 권리가 제대로 있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조차도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 권리를 엄청나게 많이 박탈당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위원장들과 무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청소년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해 탐색하고 고민하고 선택할 권리가 교육을 통해 제대로 보장되게끔 고민해보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 각 지역에서 정의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말씀하신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입니다. 이것이 여성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조혜민 정책의 힘은 ‘다른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나한테 주어질 수 있구나’, ‘내가 지원받을 수 있구나’, ‘이게 나를 지켜줄 수 있구나’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정책의 힘입니다. 단순히 생리대가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달마다 겪는 일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요구해도 된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인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가능성의 측면에서 이런 조례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논의가 시작되리라 생각합니다. 성차별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더라도 언어를 갖지 못했을 땐 여성들이 자책의 감정만 갖게 됩니다. ‘내 탓인가 봐. 내 부족함인가봐’. 저는 그런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정치가 기능하는 방식은 그들에게 필요한 언어를 찾아주고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능성을 주는 것, 그런 측면에서 정의당이 엄청나게 앞장서고 있습니다.


2·30대 여성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살면서 느끼는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혜민 “나”인 것 같습니다. 자기 삶의 중심을 “나”로 만드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2·30대 여성들은 태어나서 사람들과 부딪혀 살아가면서 “나”를 계속 잃어왔기 때문에, '미투 운동' 이후에 “나”를 되찾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이라는 거창한 말이 있으려면 적어도 내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나” 인 것 같습니다.


조혜민 본부장님이 정의당을 통해서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조혜민 내 탓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세상입니다. 최근에 어머니, 아버지께서 “좀 넉넉했으면 혜민이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보면서 자랐을 텐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충분히 많이 보고 누리고 자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어머니, 아버지께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시는 것을 보며, 정말 이 사회가 개인들이 자신을 탓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그렇게 내버려졌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끊임없이 극복하고, 해결하고, 책임져야한다고 사회화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랬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부당한 상황에 처해도 그것이 부당한지 모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억울한 일입니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자신을 탓하지 않도록 당신이 아니라 저것이 문제라고 같이 손가락질하고 말해주는 정당으로, 정의당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의당의 여성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여성들에게 특히 2·30대 여성들에게, 이번 총선을 맞이해 꼭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조혜민 적어도 여성이 본인 탓 하게 내버려두진 않겠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왜 필요한가는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만, 스토킹처벌법이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법이 제정돼도 무엇을 스토킹으로 볼 것인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조혜민 이 정책을 세우려는 이유는 “이건 스토킹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신림동 사건'을 보면서 되게 무서웠던 것이, 가해자가 집까지 따라왔지 않습니까? 따라오고 나서 피해자가 집에 들어간 후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까지 누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장 그 여성이 맞지는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알잖습니까? 그 장면만 봐도. 그 여성이 느꼈을 감정을. 얼마나 그 여성이 살 떨리게 그 감정을 느꼈을지. 그리고 저는 신고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고하면 보복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면서도 신고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도 이런 것들이 제대로 처벌도 안 되는 것을 보면서 “이걸 운에 맡겨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제가 고시원에 살았었는데, 제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제가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끗 차이로 제가 피해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제가 아는 여자선배의 고시원에 남자 총무가 있었는데, 그 여자선배가 자신의 방문을 열었더니 거기에 곽 티슈가 있었던 겁니다. 이 남성이 자신의 관심을, 호감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자기 생각에는 로맨틱한 표현의 행위로 거기에다 놓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무섭습니까? 고시원에는 마스터키가 있어서 이런 일을 막기가 되게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사람을 신고도 못하고 제대로 처벌도 못합니다. 이럴 때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일은 명확히 처벌해야합니다. 이런 행위들이 분명히 스토킹에 포함된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알려주고 그런 일을 자행하는 사람들을 처벌해야합니다. 보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이런 행위는 신고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마련되어 있어야합니다.


여성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신고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조혜민 너무나도 비참한 말이지만 문제제기의 결과가 결코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미투 운동'을 하면서 무서웠던 건 미투 이후의 삶이 더 힘든데 이에 대해 한국사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문제제기 이후의 삶이 문제제기 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많은 여성들이 죽음을 결정하는 것도 이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신고 이후에 피해생존자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아닐까?’ 사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율만 높아지면 안타까운 결과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책임하게 내가 누군가를 떠밀지는 않았나? 용기 내라고, 말하라고’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최근에 두 분의 일을 겪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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